이탈리아!! 하면 보통 남부 여행만 떠올리는데 사실 이탈리아는 북부도 여행하기 좋다. 이탈리아 북부에 알프스 산맥이 겹쳐있기 때문에 남부와는 다른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그중 이탈리아 북부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휴양지는 lake como 꼬모호수! 스타워즈, 오션스일레븐 등 여러 할리우드 영화의 촬영지이자 배우 조지 클루니의 여름별장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꼬모 호수는 이탈리아에서 세번째로 큰 호수이자 유럽에서 다섯번째로 깊은 호수라고 한다.
나는 얼마 전 이탈리아 꼬모 호수로 여행을 다녀왔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치 않은 관계로 현지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밀라노에서 기차 2시간 내로 갈 수 있어 당일치기 일정으로 많이 가기 때문에 인터넷에 좋은 정보가 많이 없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읽으면 확실히 도움될 것이라 생각한다.
2023년 8월 중순 성수기에 방문했으며 꼬모에서 20분 정도 페리를 타야 갈 수 있는 torno 토르노라는 작은 마을에서 지냈다.
교통
꼬모는 거꾸로된 Y 모양의 호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람선이 가장 대중적인 교통방식이다. 꼬모에 도착하면 일단 교통때문에 열받기 시작하는데 대중교통이 정말 형편없기 때문이다. 자세한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하겠다.
- 유람선(페리 ferry)
온라인 (https://www.navigazionelaghi.it/biglietti-e-orari-lago-di-como/)에서 티켓을 구매하거나 현장 판매소(navigazione)에서 구매할 수 있다. 꼬모는 호수 이름이기도 하지만 ㅅ 모양 호수의 왼쪽 다리 최남단의 마을 이름이기도 하다. 유명관광지인 벨라지오 같은 마을은 호수 허리께에 있기 때문에 다들 페리 티켓을 사려고 줄을 선다. 다들 최남단 마을인 꼬모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현장판매도 경쟁이 치열한데 유람선 티켓을 사기 위한 줄이 너무 길고(약 15미터 이상) 꼬모 출발의 온라인 티켓은 이미 다 팔려서 판매 종료되어 있는 것은 굉장히 흔한 일이다. 다른 마을은 상황이 괜찮은데 꼬모에서 현장판매 티켓을 사는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여행 출발 전 미리 온라인으로 티켓을 구매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티켓이 있다고 해서 유람선을 다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람선 크기마다 인원제한이 있기 때문인데 작은 유람선의 경우 내 바로 앞에서 탑승 줄이 끊길 수도 있다. 그러면 다음 유람선이 올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작은 마을의 경우 유람선 기다리는 줄을 서는 것도 눈치게임이기 때문에 유람선 출발 5-10분 전에는 미리 가서 줄을 서 있는게 좋다. 큰 마을의 경우 유람선을 타는 pier가 여러 곳이기 때문에 본인이 탈 유람선이 정박하는 곳이 맞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큰 유람선을 추천하는 것도 아니다 ^^ㅎㅎ 삼층까지 있는 큰 유람선은 큰 관광지 위주로 다니는데 (벨라지오, 바레나 등) 일단 그 큰 유람선에서 사람들 하나씩 내리는 것도 시간이 엄청 걸리고(최소 10분 이상) 탑승할 관광객들이 전부 탑승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최소 5분).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해서 바로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작은 유람선이 같은 시간에 도착하면 작은 유람선이 정박할 수 있게 기다리고 작게 한바퀴 돌고 오기도 한다. 이것도 최소 10분 이상 걸리는데 처음에는 정박도 안 하고 그냥 떠나는 줄 알고 진짜 배 안에서 환장할 뻔 했다. 이탈리아인도 "그건 타는게 아니야"라고 했다 ㅎㅎㅎ....
그럼 대체 어떤 유람선을 타야할까? "그건 타는게 아니"라고 말해준 이탈리안이 추천한 유람선은 '트라게또(traghetto)'를 추천했다. 자동차 등 차량 선적이 가능한 크기의 유람선으로 제일 큰 유람선과 작은 유람선의 중간 크기쯤 된다.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면 탑승 먼저 하고 구매할 수 있는데 원래 가격보다 1유로 비싸다.
결론적으로 꼬모에 가기 전 미리 유람선 티켓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하고 제일 큰 유람선은 정말 선택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면(?) 타지 않는 것이 좋다. 작은 유람선이나 트라게토를 타고 유람선의 마지막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큰 관광지는 11시 넘어서도 서로 왕래하는 유람선이 있으나 내가 머무른 토르노 작은 작은 마을은 8시 전에 마지막 유람선이 끊긴다. 이 점도 주의해야 한다.
- 버스
나는 첫날 꼬모에서 토르노로 가는 C30 또는 C31 버스를 타야 했는데 이 버스들 모두 가장 큰 관광지인 벨라지오가 종착지인 버스였다. 첫번째로 맞닥뜨린 일단 구글맵에 나온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가 서지 않는다는 거였다. 정류장에서 오른쪽을 보면 큰 버스들이 정차되어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가면 C30/31버스가 이곳에 정차한다는 작은 종이가 붙어있다..ㅎㅎ
오전 11시 조금 넘는 시간에 오는 첫 버스를 기다리고 (예정시간 보다 좀 더 늦게왔다) 사람들과 몸싸움을 하며 탑승하려는데 (제대로 된 정류장이 아니라 줄도 서지 않는다) 기사가 여행용 러기지는 버스 짐 싣는 공간에 실어야 한다며 탑승을 거부했다. 그래서 짐을 싣고 줄 맨 뒤에서 다시 기다렸는데 내 앞 세번째 사람쯤에서 이미 만차라고 탑승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첫날에 꼬모에서는 탑승하지 못했고 다음 차는 한시간 후에 오기 때문에 결국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러기지(캐리어)를 들고 버스 안에 탑승하지 못하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근데 그 기사님이 그렇게 안 된다고 하면 못타는 것이다. 이날 다른 기사님을 만났더라면 버스에 탈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후 토르노에서 벨라지오로 가는 C30버스를 오전에 한번 탔는데 이것도 정말 다시 하기 싫은 경험이었다. 일단 타기도 전부터 만차인 버스에 겨우 몸을 구겨넣어 탔다. 힘들고 도로가 워낙 좁기 때문에 반대 방향에서 오는 차가 지나가도록 기다리느라 예상시간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도 문제였다. 유럽인들의 암내를 맡으면서 한시간 넘게 서서 갔는데 아무리 예쁜 풍경이 창밖으로 펼쳐져도 감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밤버스는 달랐다. 벨라지오에서 막차인 밤 11시 버스를 탔는데 사람도 없고 도로에 차도 많지 않아 쾌적하게 집에 올 수 있었다. 하지만 꼭 막차시간을 확인해서 미리 정류장에 가있어야 한다. 버스 시간은 인터넷이나 정류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버스티켓은 현장에서 구매하거나, 탑승후 구매하거나, arriva라는 앱을 다운받아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2~4유로 사이다.
- 자가용 및 스쿠터 대여
꼬모 호수는 산에 둘러싸여 있다. 마을에 난 도로/길이 산중턱에 있거나 좁고 경사가 높기 때문에 + 행선지의 동선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호수 위로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가 없어서 토르노에서 바레나까지 차로 가려면 호수를 한바퀴 뺑 돌아가야하는 문제) 자가용이나 스쿠터가 인기있는 교통수단은 아니다.
- 택시
꼬모에 도착한 나와 일행은 버스를 놓친 후 > 유람선 티켓 구매대기줄에 기함 후 우버를 잡으려 했는데... 이곳은 정말 우버도 잡히지 않는 곳이었다. 택시 잡는데만 정말 20분을 소요한 것 같다. 택시 안 잡혀서 호출 취소 후 다시 잡으려는데 우버 비용이 갑자기 두배 뛰어있기도 하고... 알고보니 동네 택시기사들 전부 휴가가서 우버 잡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겨우 잡은 우버 기사님에게 들었다. 이처럼 높은 비용 + 비효율적인 동선 문제로 택시를 타고 꼬모를 여행하는 것도 추천하지 않는다.
- 모터보트 대여
사실상 최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비싼 방법이기도 하다. 대여는 시간당 80유로 이상으로 기름 값은 따로 지불해야한다. 동네마다 모터보트 대여업체가 있는데 대여 업체마다 가격도 다르고 모터보트 질도 다르다 (가격이 저렴할 수록 보트 질이 좋지 않다).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3-4시간 이상 대여하면 하루종일 대여하는 것과 가격이 동일하다. 나는 나와 다른 일행 이렇게 두명이서 보트를 대여했지만 여러명이서 보트를 빌리면 인당 더 낮은 가격으로 보트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대여가능시간은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6-7시까지다. 당일 대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어렵기 때문에 이용 하루 전 미리 대여하는 것이 좋다.
본인이 머물고 있는 동네에서 보트를 구할 수 없다면 옆 동네나 다른 동네에 직접 가서 탑승해야 하고 보트 반납도 그곳에서 해야 한다. 바로 옆동네 같은 아주 가까운 동네에서 보트를 대여한다면 업체측에 대여 시와 반납 시 라이드를 제공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것도 좋다. 모터 보트는 특별한 자격증 없이도 대여가 가능하다. 그만큼 조작이 어렵지 않다.
모터보트의 단점이 있다면,
수심이 워낙 깊어 닻을 내릴 수 없고 개인 정박장이 없으면 정박할 수 없기 때문에 "보트를 빌려서 저기 관광지에 가서 내려야지" > 이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물에서만 놀 수 있다. 네쏘nesso 같이 구경하기 좋은 곳에서 뭍 가까이 배를 멈춰서 잠깐 놀고 쉬려고 해도 금새 물살에 휩쓸리기 때문에 (배가 절벽에 부딪히거나 사람들을 칠 위험이 있음) 틈틈이 보트에 시동을 걸어 방향조작을 해주어야 한다.
그래도 가장 좋은 것은 보트를 대여하는 것이다.